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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소식

[서미정 광주시의회 의원] 600년 역사를 거스르는 장애인복지정책조회수 1366
관리자sw (kym2250)2015.11.16 17:23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은 신체 구조에서 오는 생활의 어려움보다는 편견에 의한 사회의 차별이 더 큽니다. 조선시대는 사농공상의 구분과 양천의 신분이 확실히 구분되던 시기였으니 장애인들의 차별이 없을 수 없겠지만,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지금의 우리가 부끄러워지는 대목도 많습니다.

태종은 명통시(明通侍)라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특수관청을 설치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국립시각장애인복지관이라 말할 수 있는 곳으로 나라의 안녕을 비는 경을 읽거나,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곳 장애인들은 쌀과 베 등으로 녹봉을 지급받았으며 때로는 노비나 집을 하사받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은 장애인복지정책에서도 남달랐습니다. 먼저 부모가 나이 70세 이상이 된 사람과 70세가 되지 않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한 명의 시정(侍丁)을 주고 장애인과 그 부양자에게 각종 부역과 잡역을 면제해 주었습니다. 시정이란 조선시대에 나이가 많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군역에서 면제된 사람을 말하며 제도적 측면으로는 공익근무나 사회복지요원으로 활동을 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세조 때에는 아예 장애인 활동보조인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세조는 동서활인원(東西活人院)을 활인서(活人署)로 바꾸면서 언어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을 책임지고 돌봐줄 활동보조인 보수(保授)제도를 실시하고 분기마다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장애인정책은 자활이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장애인에 대한 직접 고용을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명통시의 시각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선대왕의 묘에 참배를 갈 때엔 시각장애인들에게 경을 읽는 독경사를 맡겼고, 관현(관악기와 현악기)를 다루는 일에도 시각장애인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장애인에게 차별이 없다보니 많은 이들이 관직에 등용되어서 후세에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태종 때 청백리 명재상으로 존경을 받았던 허조는 척추장애인이었고, 우의정으로 중종을 모신 권균은 간질장애인, 광해군 때 좌의정이었던 심희수는 지체장애인이었습니다. 일각(一脚) 정승으로 불렸던 윤지완은 숙종 때 우의정까지 올랐던 인물인데, 별명처럼 한쪽 다리가 없는 지체장애인이었습니다.

600년 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늘이 더욱 부끄러워집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가 잘못 됐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정비하고 노인들에게 가는 혜택을 줄이는데 당사자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대책을 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 온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대안도 없이 무턱대고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몇 사람이 모여 전국의 상황을 자로 재고 칼로 자르듯 결정을 해놓고 나머지 일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하라고 던져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에서는 행정과 복지당사자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문제점은 앞으로는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일일이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우선순위 결정이고 행정은 그에 따른 배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착하고 똑똑한 단체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정책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주려할 때 ‘왜 너희만 앞서 가느냐, 조금 있다가 정부에서 할 테니 기다려라’라고 하는 것이 지금의 유사·중복사업 정비입니다.

600여 년 전부터 이어오는 함께 사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호흡기 가는 줄로 생명을 유지하는 장애인,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어 화재로 사망하는 장애인, 자기집 앞마당에서 얼어 죽는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바로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61756 광주광역시 남구 송암로 73 사회복지학과 A동 4층 TEL 062-360-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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